[신차털기] 양의 탈 쓴 '자율주행' 늑대…아우디 기함 'A8'

입력 2020-01-05 08:27   수정 2020-01-22 13:45


아우디를 대표하는 대형 플래그십 세단인 A8 신형이 국내에 상륙했다. 정식 이름은 '더 뉴 아우디A8 L 55 TFSI 콰트로'. 4도어 진중한 체구에도 340마력,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 5.8초를 자랑한다.

이른바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불리는 아우디의 기함, A8의 4세대다. 아우디의 2020년형 A8은 지난달 국내 출시됐다.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 공략은 물론, 기술 명가 아우디의 명성을 복원하는 임무를 맡은 더 뉴 아우디 A8 L 55 TFSI 콰트로를 타봤다.

국내 출시된 신형 A8은 더 뉴 아우디 A8 L 55 TFSI 콰트로 한 모델이다. 전장·전폭·전고가 5310·1945·1495mm에 달하는 대형차지만, 유려한 외형에 직선적 디자인을 곳곳에 적용한 때문인지 무게감 있으면서도 동시에 날렵하다는 인상을 준다.

운전석에 앉아서 본 실내 디자인은 아우디 특유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은근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곳곳을 하이그로시 소재와 가죽으로 꼼꼼히 마감한 덕이다.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 도어 등에서 볼 수 있는 균일한 스티치는 많은 이들이 이 차를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A8 운전석에서는 여느 자동차보다 많은 화면을 볼 수 있다. 계기반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중앙 디스플레이와 하단 보조 디스플레이를 모두 화면으로 만나게 된다. 대신 버튼을 거의 없앤 덕에 훨씬 깔끔한 디자인을 구현한다. 자주 쓰는 기능들은 하단 디스플레이에 상시 노출해 터치로 사용할 수 있다. A8에 탑재된 햅틱 디스플레이는 버튼 아이콘을 제대로 누르면 '딸깍'하는 진동으로 피드백을 준다.


소위 '회장님용 자동차' 답게 A8 뒷좌석에는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좌석 등받이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콘솔이 갖춰져 있다. 해당 콘솔에서는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은 물론 시트 온도를 조절하고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업상 뒷좌석에 앉을 일이 많지 않아 필요성이 와닿지 않았지만, 각도를 조절하는 발 받침대도 구비되어 있었다.

◇ 아우디 A8, 고급감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 겸비

운전석으로 돌아와 A8에 시동을 걸자 여러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부릉대는 소리나 진동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특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우디는 2017년 선보인 A8부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하이브리드차라고 부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결합해 시동을 건 직후나 저속주행에 활용한다. 2.1t이 넘는 신형 A8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작동하자 전기차처럼 정숙한 출발이 가능했다.

본격적인 주행을 통해 A8의 동력 성능과 적용된 신기술을 확인했다. 신형 A8은 3.0L V6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8초다. 덕분에 묵직한 공차중량에도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했다. 스포티한 주행을 하더라도 차량 내부로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은 매우 적어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이내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여도 소음이 약간 커질 뿐, 진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무거운 공차중량과 20인치에 달하는 휠이 잔진동을 모두 흡수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인 가솔린 자동차 수준의 진동만 있는 상황에서 운전대가 차량 속도에 반응해 점차 무거워지며 안정감을 더했다. A8은 점잖은 회장님용 자동차라는 편견이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시승 과정에서 연비도 9.3km/l를 기록, 공인연비인 8.8km/l보다 준수하게 나왔다.

주행하는 내내 A8은 주변에서 함께 주행하는 차량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계기반에 보여줬다.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통해 전방은 물론, 측면과 측후방까지 주변 사물을 감지하고 안전한 주행을 보조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운전의 주도권이 운전자가 아닌 차량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 반자율주행 똑똑하지만…한국은 처음이지?

가령 측후방에 자동차가 있는 상황에서 차로변경을 시도할 경우 아우디 A8은 운전자가 차로를 바꾸지 못하도록 운전대를 잠그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 차량들이 사이드미러 램프로 경고하는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꿀 때도 똑같이 운전대를 잠갔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지 못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쳐진 채 주행하면 운전대를 임의 조정해 차로 중앙을 맞추려 들었다.


전방과 측방, 후방을 모두 감지해 차량 흐름을 파악하고 차선을 읽는 만큼 아우디 A8은 수준 높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보여줬다. 다만 A8에 탑재된 반자율주행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엔 어려움도 있었다. 고속도로 차선이 선명하지 않은 곳이나 차로가 합쳐지는 등의 상황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는 차로가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든다. 이에 맞춘 주행을 A8은 무단 차로변경으로 인식해 핸들을 잠갔다. 때문에 요금소를 통과할 때마다 방향지시등을 켜 차선 인식을 막아야 했다. 아스팔트를 덧칠해 도로 색이 다르거나, 기존에 칠한 차선이 흐려진 경우, 어설프게 지워진 차선과 새로 그어진 차선이 동시에 있는 경우 등의 상황에서도 A8은 차선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방향지시등을 켰어도 아우디 A8은 차로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A8은 옆 차로에 차량이 없거나 아주 멀리 있는 경우에만 안정적으로 차로변경을 할 수 있었다. 좁은 도로에 많은 차들이 빽빽하게 주행하는 국내 환경에는 잘 맞지 않는 설정값이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도로를 짓는 이부터 운전하는 이까지 사람의 행동과 결과물은 기계처럼 명확하지 않다. 똑똑해진 반자율주행 차량이 다음 순서로 이해해야 할 대상은 '사람'이 될 전망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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